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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원리와 특징

일상 언어와 비유 언어의 비교 구분

일상 언어와 비유 언어의 비교 구분

일상 언어와 비유 언어의 비교 구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인 표현 못지않게 간접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자유로운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람들은 1분에 대여섯 번 가량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글의 경우에도, 가령 이메일이나 문자 등에서 100개의 어절을 쓸 때마다 대략 다섯 번 가량 은유와 환유를 사용하여 에둘러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비유로써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유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유는 더 이상 문학의 영역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알려진 경험에서 나오는 익숙한 대상과의 유사성이나 유추관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합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은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은유로 표현된 말에 따라, 사고하고 추리하며 행동하면서 살아갑니다. 예전에, 〈에이스 침대〉라는 침대 회사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를 한 번쯤 듣거나 보았을 것입니다. 당시 10개가 넘는 침대 회사가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나 고객 충성도가 가장 낮고, 열악한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에이스 침대〉는 경쟁사들의 저가 정책으로 인해 도산 직전까지 몰려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에이스 침대〉 는 자신들이 만든 침대를 차별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라는 은유 슬로건을 만들어 단숨에 시장 점유율이 14.7%에서 80.4%로 증가하여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은유의 힘은 이토록 신비하고 놀랍습니다. 평범한 일상 언어가 은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선함과 설렘, 차별화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비유, 그중에서도 비유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은유와 환유의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알고 있지요? 1963년 8월 28일 노예해방 100주년을 기념하여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킹 목사가 연설한 〈I have a dream,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연설문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대중들을 상대로 한 품격 높은 이 연설문은 사실 은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보증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나라의 수도에 모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자들이 헌법과 독립 선언서의 조항을 기초했을 당시, 그분들은 모든 미국인들이 상속받도록 되어 있는 약속어음에 서명하였습니다. 유색 인종 출신의 시민에 관한 한, 오늘날 미국은 그 약속어음에 명시되어 있는 의무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명합니다. 미국은 이 신성한 의무를 존중하지 않은 채, 흑인에게 부도수표를 발행했습니다. 즉, 이 부도수표는 잔액 부족 상태라고 확인된 채 되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의의 은행이 파산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회라는 금고에 잔액이 부족한 상태라고 믿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이 보증수표, 즉 우리가 요구하자마자 곧바로 자유를 실컷 누리면서 정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킹 목사의 연설문을 보면, 한 문장 한 문장이 비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명목뿐인 '보증수표'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 의미 없는 약속이나 실행되지 않은 현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현금'은 '현실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속어음'은 '미국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과 가치'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고, '부도수표'는 '미국에서 흑인이 처한 열악한 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정의의 은행'은 이 평화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와 권리'를 뜻하며, '기회라는 금고'는 미국이 내세우는 '자유, 평등, 인권과 같은 핵심가치'를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킹 목사는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보다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대중들의 마음에 심금을 울리고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비유의 본질

이토록 강한 힘을 지닌 비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라톤은 수사학의 비유법이 진실을 감추고 모호성을 퍼뜨리는 '일탈의 언어, 반란의 언어'라고 규정하고, 철학의 영역에서 추방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수천년 동안 대체로 지켜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 비유야말로 언어의 진정한 본질적 특성임이 드러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비유의 대표적인 두 기제로는 은유(metaphor)와 환유(metonymy)를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은유와 환유는 수사학의 전유물로써 주로 문학이나 예술에서 논의되어 왔을 뿐, 언어학의 연구대상으로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인지언어학과 인지심리학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비유에 대한 종래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비유에 대한 전통적 이론과 인지언어학에 입각한 현대적 이론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비유는 단어의 속성, 즉 언어적 현상인 반면,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비유는 단어의 속성이 아니라 개념의 속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비유는 문학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문학적 목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개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또 예전에는, 비유는 비교되고 동일시되는 두 대상 간의 유사성에 기초를 두고 있었지만, 지금은 유사성에 기초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비유는 의도적인 것으로서 특별한 능력을 지녀야 잘 사용할 수 있었고, 인간의 삶과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비유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인간의 사고와 추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와 같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비유에 대한 오늘날의 관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첫째, 비유의 위상은 언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영역이라는 한 정신영역을 대상영역이라는 다른 정신영역에 의해 개념화하는 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인생은 항해이다〉라는 문장에서는 목표영역에 해당하는 '인생'을, '항해'라는 대상영역을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둘째, 비유는 이미지 차원의 문제로서 문학영역의 비유와 일상영역의 비유는 서로 상통한다고 봅니다. 셋째, 문학적 은유는 사실상 관습적 은유의 확장이므로, 오늘날에는 일상언어의 관습적 은유에 관심을 갖습니다. 넷째, 인간의 개념체계는 본질적으로 은유적입니다. 따라서 일상언어의 은유는 일탈된 표현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글자 그대로의 의미와 비유적 의미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이와 같이 인지언어학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비유'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인식에 이르게 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언어표현은 두 가지 층위, 즉 '글자 그대로의 의미(literary meaning)'와 '비유적 의미(figurative meaning)'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통이론은 이 둘을 전혀 별개로 취급하였습니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일상언어에 해당되는 반면에, 비유적 의미는 문학언어에 관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의 표현 형태가 경우에 따라서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비유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가령, 〈그는 손을 씻었다.〉라는 문장과 〈호랑이가 사자 등에 올라탔다.〉라는 문장은 모두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두 문장 모두 액면 그대로의 의미일 수도 있지만, 비유적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손을 씻었다.〉라는 말은 도박과 같이 어떤 좋지 않은 행위나 얽힌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사자 등에 올라탔다.〉라는 말은 야구 경기에 대한 기사일 수도 있습니다. 기아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빗댄 것이지요. 따라서 이들 두 표현이 사실적인 것이냐, 아니면 비유적인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글자 그대로의 용법과 비유적 용법이 다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 일반적으로 우리는 일상언어나 문학언어에 상관없이 양쪽을 다 섞어 쓴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언어의 비유적 표현이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비유적 표현이라고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가령, '그는 사랑에 빠졌다', '월급이 올랐다', '이야기를 꺼냈다', '말을 걸었다' 등과 같은 일상언어는 모두 비유적 표현입니다. 그는 사랑에 빠지다에서 '빠지다'는 원래 구체적인 대상물, 이를테면 구덩이나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 "월급이 올랐다"에서 '오르다' 역시 원래 계단이나 나무에 오르는 것에서 범위가 확장되었고, "이야기를 꺼내다"에서 '꺼내다'는 물건이나 지갑을 꺼내는 행위에서 유래되었으며, "말을 걸었다"에서 '걸다'는 옷이나 그림을 거는 것입니다.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일상언어에서 글자 그대로의 표현과 은유적 표현의 사용빈도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보면, 10개 문항에서 은유적 표현이 훨씬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 가지만 보면, 가. 그는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다(39%)/몸담고 있다(61%)}. 나.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33%)/최고였다(67%)}. 다. 새해 들어 봉급이 {많아졌다(8%)/올랐다(92%)}. 라. 산마루에 서니 시가지 전체가 한눈에 {보였다(32%)/들어왔다(68%)}. 마. 서울은 대구의 {북쪽에 있다(25%)/위에 있다(75%)}. 전자는 모두 글자 그대로의 표현이고, 후자는 모두 은유적 표현입니다. 사용빈도에서 보듯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일상언어에서도 비유적 표현이 훨씬 빈번하게 사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로, 만약 비유적인 표현 기제가 없다면, 우리는 일상 언어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경험을 표현할 때, 글자 그대로의 의미만으로는 너무나 단조로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서는 수많은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입니다. 더욱이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고 이해하기란 매우 곤란하거나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비유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책략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소위 '인지 책략(cognitive strategy)'을 사용합니다. 이때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하여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 이미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유의 두 기제

언어 표현행위에 나타나는 비유는 크게 은유와 환유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은유는 '유사성(similarity)'에 바탕을 두고 있는 반면, 환유는 '인접성(contiguity)'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은유의 토대인 유사성과 환유의 토대인 인접성의 특성을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소쉬르는, 언어는 문장을 엮어가는 방식에 따라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결합적 관계(syntagmatic relation)'이고, 다른 하나는 '계열적 관계(paradigmatic relation)' 입니다. 문장이란 단어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나열된 것을 말합니다. 이때 서로 연관되어 결합할 수 있는 관계를 결합적 관계라고 합니다. 그에 반해, 어떤 단어가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도 결합관계가 성립되는 관계를 계열적 관계라 합니다. 계열적 관계는 달리 표현하면, 선택적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너는 물을 마신다〉,〈나는 밥을 먹는다〉,〈그는 빵을 버린다〉와 같이 가로의 축은 결합적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너〉,〈나〉,〈그〉,〈물〉,〈밥〉,〈빵〉,〈마신다〉,〈먹는다〉,〈버린다〉와 같이 세로의 축은 계열적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계열적 관계는 수직적 관계, 즉 세로의 관계로서 대체 내지 교환되는 요소들입니다. 우리는 각 등가의 집합으로부터 필요한 단어와 형태들을 선택하는데, 언어 요소들의 이러한 등가적 질서를 계열적 관계라 부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선택된 언어적 단위들이 정확한 사슬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선택된 단어들을 형태소의 도움으로 앞뒤로 문법 질서에 맞게 연결시켜 하나의 문장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언어의 질서를 결합적 관계라 부릅니다. 결합적 관계는 수평적 관계, 즉 가로의 관계로서 선적인 질서를 나타냅니다. 문장은 계열화된 단어들의 선별 과정과 연쇄적으로 나열되는 단어들의 조합 과정을 거쳐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됩니다. 언어는 구조와 배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언어는 본질적인 가치보다 관계적 구조에 의하여 의미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언어체계라는 양 축에서 유사성은 등치 또는 선택의 관계를 이루는 반면, 인접성은 연쇄 또는 결합의 관계를 이룹니다. 따라서 유사한 대상물은 객관적으로 서로 관련될 필요가 없는 반면에, 인접성에 의해서 연결된 대상물은 서로 관련성을 지닙니다. 유사성에 토대를 둔 은유는 두 요소 간에 내재해 있는 공통요소를 주관적으로 파악하므로 불투명합니다. 그에 반해, 인접성에 토대를 둔 환유는 객관적인 관계에 기초하므로 투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은유와 환유의 관계를 개념쌍으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보듯이, 은유는 계열적/선택적 관계에 있고, 유사성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나 교환 가능하며, 전통적으로 주로 시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환유는 결합적 관계에 있고, 인접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유는 조직적으로 짜여지고 연쇄와 조화를 지향하며, 전통적으로 주로 산문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비유는 이미지 차원의 문제입니다. 문학작품의 비유와 일상언어의 비유는 모두 동일한 인지 경험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서로 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영화에서 사람에 빗댄 '시든 꽃'이나 '황혼'과 '고목' 등은 어떤 사람의 쇠약함이나 늙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사성에 따른 은유에 해당합니다. 그에 반해, 못둑에 벗어놓은 여인의 '고무신 한 켤레'는 못에 빠져 자살한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접성에 따른 환유에 해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