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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원리와 특징

은유와 환유의 개념과 비교

은유와 환유의 개념과 비교

은유와 환유의 개념과 비교
은유와 환유의 개념과 비교

비유의 대표적인 두 기제인 은유와 환유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은유의 마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은유(metaphor)는 단순히 언어의 문제, 즉 낱말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과정의 대부분이 은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개념 체계가 은유적으로 구성되고 규정된다는 말입니다. 언어적 표현으로서 은유가 가능한 것은 바로 인간의 개념체계 안에 은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은유는 우리의 사고에 존재하기 때문에 언어에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은유는 언어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개념적 현상, 사회문화적 구조, 신경적·신체적 활동 등을 포함하는 다방면에 걸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타포, 즉 은유는 가히 '비유의 왕자'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비유가 은유에서 파생되었다고 주장될 정도로 은유의 영역은 넓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은유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은유란 어떤 대상이나 개념을 차원이 다른 대상 또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비유법입니다. 이때 다른 대상과 개념은 '유사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은유는 어려운 것을 좀 더 쉬운 것에, 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잘 알려진 것에 빗대어 알 수 있게 해주는 수사학적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은유의 예로 흔히 드는, 〈내 마음은 호수요〉와 같은 표현은 그 점을 잘 일러줍니다. '마음'이라는 무형의 추상적 대상은 이미 알려진 '호수'라는 구체적인 실체를 통해 생생한 인식의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또한 '호수'의 이미지는 역으로 우리가 '마음'이라는 대상을 새롭고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마음과 호수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실체가 서로 같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깨끗함, 드넓음과 같은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연상을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실체에 비추어 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은유는 지적 발견의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은유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는 표현 불가능한 대상을 표현할 수 있게 해 주고, 복잡한 개념에 대해 간결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표현의 참신성을 가져다준다고 하겠습니다. 오늘날 마음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을 '인지과학'이라 부릅니다. 인지과학은 인지심리학, 발달심리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 성과물을 통합하고자 하는 경험과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지과학은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고, 어떻게 작용하며,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즉,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론적 체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를 다룹니다. 인지과학은 마음이 몸의 매우 기본적인 감각운동의 경험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의미는 주로 기호와 사물 간의 자의적 연상이 아니라, 인간이 신체적 감각운동의 경험을 이용하여 물리적 또는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세계를 개념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을 구성하는 개념과 개념적 과정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요? 마음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반영되고 표명된 것을 통해서만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광범위한 것 가운데 하나가 언어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연구하여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고 마음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지과학적 탐구가 제시하는 중심적 주제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인간의 인지는 대부분 '무의식적(unconscious)'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마음, 즉 정신은 본성적으로 '신체화되어(embodied)'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 우리의 사고의 대부분은 '은유적(metaphorical)'이라는 것입니다. 인지언어학은 오늘날 언어학의 새로운 주류로 성장해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전통적인 형식언어학이 누려온 지위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지언어학에서는, 은유는 언어가 아닌 사고 속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개념적 체계는 몸과 뇌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고는 신체적 경험에 기초하며, 이러한 신체적 경험의 상관성은 뇌에서 안정적인 신경 연결망을 이룹니다. 인지언어학에서 은유는 '근원영역(source domain)'과 '목표영역(target domain)'이라는 두 개념적 영역 간의 대응, 즉 사상(寫像, mappi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원영역과 목표영역 간의 대응은 하나의 개념적 은유를 구성합니다. 가령, 〈화는 그릇 속의 뜨거운 액체다〉라는 은유적 표현을 살펴보면, 이 표현의 기초가 되는 개념적 은유를 정의하는 기본 사상(寫像), 즉 매핑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보듯이, 근원영역의 '그릇 속의 뜨거운 액체'는 목표영역의 '화'와 대응관계를 이룹니다. 그리고 물리적 그릇은 화난 사람의 몸에 비유됩니다. 또 액체 열의 정도는 화의 강도에 빗댄 것이고, 액체 열 증가의 원인은 화의 원인과 대응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은유는 근원영역과 목표영역으로 구성됩니다. 근원영역은 물리적 영역인 반면에, 목표영역은 추상적 영역입니다. 근원영역과 목표영역 간에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개념적 대응, 즉 사상(寫像, mapping)이 존재합니다. 또 다른 예로, 〈사랑은 여행이다〉라는 개념적 은유를 보겠습니다. 먼저, '여행'하면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근원영역으로는, 여행자, 차량, 목적지, 이동한 거리, 길 위의 장애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들 근원영역의 요소들을 목표영역에 투사시키면, 근원영역의 여행자는 목표영역의 연인에 해당됩니다. 여행에서 이용하는 차량은 사랑관계에 비유되고, 여행의 목적지는 목표영역의 관계의 목적과 상응합니다. 이동한 거리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룬 진전이라 할 수 있으며, 길 위의 장애물은 관계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삶으로서의 은유』라는 책에서 은유적 표현이 결코 예외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사고 과정이나 계념체계가 전반적으로 은유에 기대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사실 레이코프 교수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된 '프레임 이론(frame theory)' 역시 크게 보면, 은유에 대한 그의 성찰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A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B라는 좀 더 익숙하면서 구체적인 무엇을 끌어오는 것이 은유라면, 이때 B를 어떤 것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A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는 것이 '프레임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문장을 듣는 순간, 우리는 코끼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프레임입니다. 전략적으로 짜인 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레이코프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장 최악의 대응은 그 공격을 반복하면서 방어하려고 하는 것이다. 프레임은 부인할수록 오히려 그것을 활성화시키게 된다.'라고 말입니다. 은유가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바로 그 은유로 인해 사물이나 현상의 특정한 면이 은폐되거나 아예 전반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 역시 '프레임 이론'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념적 은유 유형

다음에서는, 이와 같은 개념적 은유의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은유는 서로 다른 두 영역의 개념들을 유사성의 관점에서 비유하는 인지적 표현 방법입니다. 따라서 은유의 본질은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개념적 은유를 크게 구조적 은유, 방향적 은유, 그리고 존재론적 은유로 나누었습니다. 먼저, 구조적 은유란 한 개념이 다른 개념에 의하여 은유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앞에서 예로 든, 〈화는 그릇 속의 뜨거운 액체다〉, 〈사랑은 여행이다〉 등은 모두 구조적 은유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뜨거운 액체'라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 은유에는, '화' 외에도 〈사랑이나 열정, 축구와 쌈바〉 등이 대응할 수도 있고, '여행'이라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 은유에는 '사랑' 대신 〈인생, 죽음, 이별, 꿈〉 등이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논쟁은 전쟁이다〉라는 은유를 분석해 보면, '전쟁' 프레임에는 '논쟁' 대신 〈선거나 입시, 사업, 스포츠〉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올 수 있습니다. '전쟁' 프레임에 토대를 둔 〈논쟁, 선거, 입시, 사업, 스포츠〉 간의 대응 양상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모두 경쟁의 상대가 있고, 승리를 목적으로 삼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며, 승패가 결정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은유는 다양한 표현을 통해 우리의 일상언어에 반영되어 나타납니다. 예컨대, 가. 나는 그와의 논쟁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나. 그는 상대편 주장의 허점을 공격했다. 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잘 방어했다. 라. 그의 주장은 여론의 표적이 되었다. 마. 네가 전략을 잘 세우면, 그 사람의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을 거야. 등과 같은 예에서 보듯이, 〈이기다, 공격하다, 방어하다, 표적, 전략, 무너뜨리다〉 등은 모두 원래 전쟁에서 사용되는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은유는 더 이상 문학 언어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일상언어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방향적 은유란 공간적 방향과 관련된 것으로, 상호 관련 속에서 개념들의 전체 체계를 조직하는 것을 말합니다. 방향적 은유는 '위/아래', '안/밖', '앞/뒤', '오른쪽/왼쪽', '중심/주변', '가까움/멈', '접촉/분리' 등의 공간적 지향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위/아래' 방향과 관련된 일상 은유를 살펴보면, '위/아래' 방향은 우리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양이나 평가 그리고 힘〉 등에서 주로 은유화되어 나타납니다. 이러한 은유는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물리적, 문화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먼저, 양과 관련해서는, 많은 것은 위쪽으로 표현되고, 적은 것은 아래쪽으로 표현됩니다. 예컨대, 가. 월급이 올라간다/내려간다. 나. 저축률이 높다/낮다. 다. 물가, 주가, 인기가 상승세이다/바닥세이다. 등에서 보듯이, 많음은 위쪽, 적음은 아래쪽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와 관련해서는, 좋은 것은 위쪽으로 표현되고, 나쁜 것은 아래쪽으로 표현됩니다. 가령, 가. 사기가 올라가다/내려가다. 나. 수준이나 격이 높다/낮다. 다. 기분이나 마음이 들뜨다, 고양되다/가라앉다/무겁다/침체되다. 등에서 보듯이 좋음은 위쪽, 나쁨은 아래쪽입니다. 몸의 자세를 보면,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습니다. 행복할 때나 기쁠 때 사람들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심정으로 환호를 하면서 팔을 높이 쳐들고 펄쩍펄쩍 뜁니다. 반면에 슬플 때나 불행할 때, 우리의 몸은 비참할 정도로 땅 쪽으로 처집니다. 이러한 모습이 언어표현에 반영되어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나타냅니다. 방향 은유에서는 〈행복이나 기쁨은 위, 슬픔이나 불행은 아래〉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가령, 가. 나 오늘 기분이 최고조야! 나.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 다. 나 오늘 기분이 바닥이야/저기압이야. 등에서 보듯이 말입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몸의 자세와 위치에 따라 주변 대상들과의 공간적 방위를 개념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기분, 사건이나 상황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또 힘과 관련해서는, 힘 있는 것은 위쪽으로 표현되고, 힘이 없는 것은 아래쪽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상하관계나 주종관계로 이루어진 것에서 나타납니다. 예컨대, 가. 그는 높은 지위에 있다. 나. 그는 직장에서 서열이 낮은 사람이다. 등과 같은 예에서 보듯이, 힘(지배관계)에 대한 경험적 토대는 인간사회에서 두루 자리 잡고 있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은, 상대적으로 힘없는 사람이나 집단에 비해서 높으므로, 명령은 위에서 아래로 전달됩니다. 우리의 경험적 토대는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쌓을 때, 양이 많아지면 더미는 높아지고, 컵에다 물을 부으면 수면이 올라가는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척도상 '위'는 많은 양을 나타내고, '아래'는 적은 양을 나타냅니다. 이를테면, '높은 점수/낮은 점수', '고가품/저가품', '고소득/저소득' 등과 같은 대립쌍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다음으로, 은유의 세 번째 유형인 존재론적 은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존재론적 은유는 추상적인 경험을 물체나 내용물에 의해서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과 가장 밀착된 존재론적 관계를 맺는 실재물은 바로 우리의 몸입니다. 사람들은 몸 말고도 우리의 경험 가운데 사건이나 감정, 아이디어, 시간, 마음, 이론, 언어 등도 실재물로 은유화합니다. 이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경험을 표현하려고 할 경우, 그것을 구체적인 존재, 즉 사물에 비유합니다. '의인화(personification)'는 가장 명백한 존재론적 은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의인화는 물리적 대상을 사람으로 구체화하는 은유라 할 수 있습니다. 의인화는 사람이 아닌 개체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인간의 동기화나 특성, 활동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해줍니다. 가령, 가. 삶이 나를 속였다. 나. 사랑에 속고 돈에 운다. 다. 지금 우리의 최대의 적은 인플레이션이다. 라. 결국 암이 그를 집어삼켰다. 등과 같은 예들은 모두 사람에 빗댄 의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존재론적 은유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됩니다. 여기서는 존재론적 은유 가운데 시간, 마음, 이론, 언어를 바탕으로 한 은유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시간을 개념화한 은유입니다. 시간의 개념은 언어에서 공간영역을 통해 이해됩니다. 시간이 공간영역에서 구체적인 대상으로 기술되는 모습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다/멈추다/다가온다/지나간다.〉 등에서는 시간이 마치 강물이나 동물처럼 움직이는 대상물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길다/짧다.〉 에서는 시간이 길이를 가진 대상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시간이 있다/없다, 남다/모자라다, 시간을 벌다/쓰다, 소비하다, 시간을 아끼다/낭비하다〉 등에서는 〈시간은 돈이다〉라는 개념적 은유를 토대로 시간을 마치 돈이나 자원 또는 상품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마음의 개념화입니다. 마음의 인식은 〈마음은 그릇이다〉라는 개념적 은유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 경우 추상적인 마음이 구체적 물체인 그릇으로 파악됩니다. 예컨대, 가. 마음이 크다/작다, 넓다/좁다, 무겁다/가볍다. 나. 마음을 닦는다/더럽힌다. 다. 자존심, 우정에 금이 갔다. 등에서처럼 마음을 그릇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마음의 인식은 〈마음, 곧 그릇 속의 내용물은 액체이다〉라는 개념적 은유를 통해 다양한 표현이 생겨납니다. 이를테면, 가. 정성, 애정을 쏟다. 나. 호의에 넘친다. 다. 사랑이 넘치다/식다. 라. 정열에 불타다. 마. 마음이 움직인다. 바. 분노로 출렁인다. 사. 마음이 가라앉다/잠잠해지다. 등에서처럼 마음은 그릇에 담긴 액체로 비유됩니다. 이어서, 이론과 언어의 은유를 보겠습니다. '이론'의 인식은 주로 두 가지 측면, 즉 건물과 음식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론은 건물이다〉라는 개념적 은유의 경우를 살펴보면, 가. 이론을 세우다, 쌓다, 다지다, 완성하다, 고치다, 무너뜨리다. 나. 이론이 튼튼하다, 허약하다. 다. 이론이 새롭다/낡았다. 등에서처럼 이론을 건물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이론은 음식물이다〉라는 개념적 은유를 살펴보면, 가. 이 이론은 소화하기 어렵다. 나. 그 이론은 씹어 볼수록 더 오묘하다. 다. 그는 낡은 이론에 식상하고, 새로운 이론에 굶주렸다. 등과 같은 예들은 이론을 음식물에 빗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론'은 주로 건물과 음식물을 통해 실현됩니다. 그에 반해, '언어'의 인식은 주로 음식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음식물은 '이론'뿐만 아니라 '언어'를 기술하는 중요한 근원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음식물이다〉라는 개념적 은유를 통해 다양한 표현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가. 말을 삼키다, 식언하다, (곱) 씹다, 소화하다, 음미하다, 삭이다, 우물거리다. 흘리다, 내뱉다, 토하다, 아끼다, 만들다. 나. 달콤한 말(감언이설), 설익은 말, 감칠맛 나는 말, 싱거운 말. 다. 구미가 당기는 말, 양념으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라. 말이 부드럽다, 딱딱하다. 마. 말을 자르다. 등과 같은 표현은 모두 언어를 음식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상으로 우리의 일상언어에서 개념적 은유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유형인 구조적 은유, 방향적 은유, 그리고 존재론적 은유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서는 은유와 더불어 비유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환유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환유의 마법

'환유(metonymy)'는 오랫동안 비유의 서자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지언어학과 인지심리학에서는 은유보다 환유에 더 무게를 싣습니다. 인간의 언어나 사고, 그리고 행위의 구조를 밝히는데 있어, 환유가 은유보다 더 걸맞기 때문입니다. 환유의 구조적 특징은 '인접성'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유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환유는 하나의 대상이나 개념을, 그와 관련 있는 같은 차원의 대상이나 개념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유는 은유와 함께 인지언어학의 중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환유 역시 우리 인간의 인지체계의 기본적 특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언어에 널리 퍼져 있는 환유적 표현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환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령, 가. 그는 셰익스피어를 즐겨 읽는다. 나. 그녀는 무용계에 몸담고 있다. 다. 벤츠가 아시아 시장을 석권했다. 등은 모두 환유적 표현입니다. 〈그는 셰익스피어를 즐겨 읽는다.〉 에서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저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무용계에 몸담고 있다.〉 에서 '무용계'는 춤추는 직업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벤츠가 아시아 시장을 석권했다.〉 에서 '벤츠'는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자동차를 뜻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주전자가 끓고 있다〉, 〈라디오를 듣다〉, 〈아침을 먹다〉, 〈머리를 깎다〉 등과 같은 표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표현은 글자 그대로는 어색하거나 비논리적이며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치와 논리에 맞으려면, 〈주전자 물이 끓고 있다〉, 〈라디오 소리를 듣다〉, 〈아침밥을 먹다〉, 〈머리카락을 깎다〉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개체와 관련되는 다른 개체를 표현하기 위해, 그 개체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환유라 부릅니다. 환유는 임의의 한 개체를 그것과 관련되는 다른 개체를 통해 지칭하는 인지적 표현방법입니다. 따라서 환유는 한 영역 안의 개념들 간의 인접성을 토대로 목표개념을 좀 더 확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유의 원리

전통적으로 환유는 새로운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로 관련된 낱말들 사이에서 생기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은유에 비하여 흥미가 덜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인지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환유는 은유보다 더 기본적이고 의미 확장의 근간이 됩니다. 왜냐하면 환유에서는 두 사물이 인접해 있음으로써 의미적 연상, 즉 의미 전이(semantic transfer)가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환유는 지칭 기능과 인접성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할 때, 직설적인 방법 외에도 사물이나 사태를 확대하여 지칭하거나 축소하여 지칭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과 융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확대 지칭은 '나무'를 통해 '숲'을 파악하는 일과 같습니다. 그리고 축소 지칭은 '숲'을 통해 '나무'를 파악하는 일과 같습니다. 환유의 기본 원리는 부분에서 전체로 나아가는 확대 지칭과, 전체에서 부분으로 좁혀가는 축소 지칭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 환유의 두 축인 확대 지칭과 축소 지칭을 중심으로 환유의 원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환유의 확대 지칭 원리는 효율성을 위해 부분으로써 전체를 지칭하는 인지 기제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일의 모든 과정을 자세히 진술해야 한다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많이 들뿐만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중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생략이나 비약, 역설 등을 통해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인지의 융통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확대 지칭 원리는 <부분이 전체를 대신한다>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 우리나라 축구 국가 대표팀에는 젊은 피가 필요하다. 나. 지하철이 파업을 했다. 다. 농번기철이라 손이 모자란다. 라. 그는 모래판을 떠났다. 에서 보듯이 '젊은 피'는 젊은 선수, '지하철'은 지하철 직원, '손'은 일꾼, '모래판'은 씨름계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확대 지칭 원리는 일상적인 언어표현에서 너무나 많이 사용됩니다. 그럼, 확대 지칭 원리에 의한 환유적 개념구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한 특징이 해당 인물이나 사물을 확대 지칭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가. 은막계에 새 얼굴이 나타났다. 나. 그 대학에는 우수한 두뇌가 많이 모여 있다. 다. 여기에는 눈이 너무 많으니, 조용한 데로 가자. 라. 우리 팀에서는 왼손잡이와 장신이 필요하다. 마. 경찰의 투입으로 어깨들이 물러갔다. 이들 예문에서 '새 얼굴'은 신인 배우를, '우수한 두뇌'는 우수한 학자나 학생을, '눈'은 사람들을, '왼손잡이'는 좌완투수를, '장신'은 장신선수를, '어깨들'은 조직폭력배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소유물이 소유자를 확대 지칭하는 경우입니다. 가령, 가. 어떤 안경이 너를 찾아왔더라. 나. 미니스커트가 내 파트너였다. 다. 저 비키니는 누구지? 라. 저 노랑모자가 내 친구다. 마. 삽은 저쪽으로 가고, 빗자루는 이리 모여라. 이 예문에서도, '안경'은 안경 쓴 사람을, '미니스커트'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비키니'는 비키니를 착용한 여자를, '노랑모자'는 노랑모자를 쓴 사람을, '삽'은 삽을 든 사람을, '빗자루'는 빗자루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는, 개체가 유형을 확대 지칭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 이 차는 연료가 적게 든다. 나. 이 바지는 올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다. 다. 이 연필은 심이 짙다. 등에서 '차'는 이러한 유형의 차를, '바지'는 이러한 유형의 바지를, '연필'은 이러한 유형의 연필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넷째는, 원인이 결과를 확대 지칭하거나, 반대로 결과가 원인을 확대 지칭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가. 남녀노소 모두 팔을 걷고 나섰다. 나. 그 일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다. 그는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라. 드디어 손을 들고 말았다. 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들 예에서, '팔을 걷고 나섰다'는 말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일을 추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머리를 맞대었다'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상의하다를, '옷을 벗었다'는 물러나다, 사직하다를 뜻합니다. '손을 들다'는 항복하다, 포기하다는 말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감정이 격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상의 예들은 모두 부분으로써 전체를 지칭하는 확대 원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환유의 축소 지칭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환유의 축소 지칭 원리는 확대 지칭과는 반대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좁혀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어떤 실재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전체가 부분보다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전체를 부각시키게 됩니다. 축소 지칭은 의사소통에서 간결성을 보여주므로 능률적이며, 인지적으로 볼 때 자연스럽다고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영수가 어제 개한테 물렸다〉라는 표현의 실제 의미는 〈영수의 뒷다리나 엉덩이가 어제 개의 이빨에 물렸다〉 가 맞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전체를 부각시켜 표현하는데 익숙해 있고,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영수의 뒷다리나 엉덩이가 어제 개의 이빨에 물렸다〉와 같이 실제 의미를 너무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이 이상하고 어색할 지경입니다. 그러면, 일상적인 언어표현에서 많이 사용되는 축소 지칭 원리에 의한 환유적 개념구조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째는, 생산자가 생산물을 대신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가. 고기 먹을 때는 역시 진로가 최고야. 나. 나는 포드를 한 대 샀어. 다. 그는 피카소를 소장하고 있다. 라는 문장에서 '진로'는 소주 생산회사를, '포드'는 자동차 생산 회사를, '피카소'는 피카소의 그림을 뜻합니다 둘째는, 사물이 사용자를 대신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가. 지금 지하철 파업 때문에 교통대란이 일어났어. 나. 첼로가 독감에 걸려 오늘 못 온대. 이 예에서, '지하철'은 지하철 운전자나 지하철 기사들이나 직원들을, '첼로'는 첼로 연주자를 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는, 기관이 기관장을 대신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가령, 가. 엑슨모빌이 다시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 나. 국방부는 군복무 기간 단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 청와대가 여야 대표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예에서, '엑슨모빌'은 미국 석유회사를,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이나 기관의 책임자를 가리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나 기관의 결정권자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넷째는, 장소가 기관이나 사건을 대신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가. 모든 국민의 눈길은 지금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나. 할리우드는 더 이상 옛날의 그곳이 아니다. 다. 진도 팽목항은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라. 워터게이트는 정치의 지형도를 바꾸었다. 이들 예에서, '여의도'는 국회의사당을, '할리우드'는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을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도 팽목항'은 세월호 사건을, '워터게이트'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워터게이트 사건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환유는 한 실재물의 이름으로 인접한 다른 실재물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지칭 기능과 인접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환유는 인지적으로 볼 때, 매우 기본적이며 의미 확장의 근간이 됩니다. 그러므로 환유는 부분과 전체로써 사물이나 사건을 용이하게 파악하는 인지 기제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

인간은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획득한 구체적인 개념을 근거로, 보다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려고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개념체계는 비유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사고 유형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은유적이고, 반복적이며, 패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신경학적인 기제인 뇌가 활성화되는 방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인지언어학과 인지심리학은 비유를 사고와 개념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식의 틀로 받아들여 일상언어에서의 은유와 환유를 부각시켰습니다. 비유의 전이적 능력은 상상력과 새로운 의미 창조로 나아가는 토대로 작용합니다. 오늘날 인지언어학은 신경과학과 결합되어 인간의 사고 형태와 구조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비유는 더 이상 문학과 예술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사실 비유의 대표적 기제라 할 수 있는 은유와 환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의 몸의 일부를 가리키는 다리나 손, 발, 머리, 치아 등을 사용한 비유만 하더라도 무수합니다. 가령, 영어에서 톱니를 가리키는 〈teeth of the saw〉, 산기슭을 뜻하는 〈the foot of a mountain〉, 책상다리 〈the legs of a table〉, 시계바늘 〈the hands of a clock〉등은 모두 신체의 일부를 빌린 은유적 표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mouse, window, menu, site, web, virus, hardware〉등과 같은 컴퓨터 용어들도 모두 은유적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은유에 얼마나 크게 의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일들과 갈등을 경험하면서 언어사용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은유적 개념체계와 환유적 개념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인지적 언어능력이고, 이러한 언어능력은 계속 확대, 보완되면서 우리의 개념체계를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