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기호의 특징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상징기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언어기호는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어기호의 특징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의 단편소설 『책상은 책상이다』의 영상을 잠깐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어떤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곤한 표정을 지니고 있으며, 미소를 짓기에도 너무 지쳤고, 화를 내기에도 너무 지친 어떤 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 그의 방에는 의자가 둘, 책상 하나, 양탄자 한 장, 그리고 침대와 옷장이 하나씩 있다. 조그만 책상 위에는 자명종시계가 하나, 그 옆에는 오래된 신문과 앨범이 놓여 있고, 벽에는 거울과 사진이 한 장 걸려 있다. 이 노인은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오후에도 한 차례 산책을 했다. 이웃 사람들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저녁때면 자기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러한 일과는 결코 변하는 법이 없었다. 일요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노인이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자명종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들려왔다. 자명종시계는 언제나 똑딱거렸다. [...] '무엇 때문에 침대를 사진이라고 부르면 안 된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그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 '이제는 달라질 거야.'하고 그는 외쳤다. 그리고 이제부터 침대를 〈사진〉이라고 말하기로 했다. '나는 피곤해. 이제 〈사진〉 속으로 들어갈 테야.'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아침마다 종종 〈사진〉속에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의자를 무엇이라고 말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의자를 〈자명종시계〉라고 이름 붙였다. 즉 그는 일어나면 옷을 입고 〈자명종시계〉위에 앉아 책상 위에 팔을 괴었다. 그러나 책상은 이제 더 이상 책상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책상은 〈양탄자〉라고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아침에 이 노인은 〈사진〉을 떠나서, 옷을 입고, 〈양탄자〉 옆에 있는 〈자명종시계〉위에 앉아서, 무엇을 어떻게 부를까 하고 궁리했다. 침대를 그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책상을 그는 〈양탄자〉라고 말했다. 의자를 그는 〈자명종시계〉라고 말했다. 신문을 그는 〈침대〉라고 말했다. 거울을 그는 〈의자〉라고 말했다. 자명종시계를 그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옷장을 그는 〈신문〉이라고 말했다. 양탄자를 그는 〈옷장〉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그는 〈책상〉이라고 말했다. 앨범을 그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노인은 모든 사물에 대한 새로운 명칭을 익혔는데, 그러는 동안 점점 본래의 정확한 명칭들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제 그는 자기 혼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슬프게 시작되어 슬프게 끝났다. 회색 외투를 걸친 이 노인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곤란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곤란한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했고, 단지 혼자 중얼거렸으며, 더 이상 사람들과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페터 빅셀이 쓴 이 글은 변화 없는 생활에 권태를 느낀 나머지, 모든 사물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결심한 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노인은 〈책상을 왜 꼭 책상이라고 불러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습니다. 이러한 의문은 사회와의 화해를 거부하고, 이 사회의 가장 기초적 약속이며 관습인 언어에의 순응마저 외면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제도의 바탕이 되는 언어를 파괴하려는 반란자를 사회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회는 노인과 같은 반란자를 음흉하게 왕따 시키거나 고립시켜 버리고 〈책상은 책상이다〉라고 선언해 버립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노인은 더욱 고독해져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보지 못하는 삶의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언어 기호의 대표적인 특징
빅셀의 이야기를 토대로 언어기호의 몇 가지 대표적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특징으로는 언어기호의 양면성을 들 수 있습니다.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보았듯이, 단어는 사물에 대한 기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노인은 단어와 사물과의 관계를 바꿉니다. 노인은 '침대'라는 물건을 더 이상 '침대'가 아니라 '사진'으로 바꿔 부릅니다. '사진'은 '책상'으로, '책상'은 '양탄자' 등으로 모두 바꿔 말합니다. 그러니까 노인은 사물 자체나 단어의 외형을 바꾼 것이 아니라 단어의 의미를 바꾼 것입니다. 구조주의 언어학자 소쉬르는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언어를 '기호의 체계'라고 보았습니다. 언어기호는 본래부터 음성 표현인 시니피앙(signifiant), 즉 기표(記票)와 의미 내용인 시니피에signifie), 즉 기의(記意))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언어기호는 청각영상과 개념을 결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소리와 청각영상은 다릅니다. 소리는 물리적 실체지만, 청각영상은 심리적인 것입니다. 언어기호가 결합시키는 것은 한 사물과 한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청각영상입니다. 다시 말해, 청각영상이란 순전히 물리적인 실체적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의 정신적 흔적, 즉 감각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소리의 재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각영상이라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소리 이미지입니다. 개념도 심리적인 것이고, 청각영상도 심리적인 것입니다. 소쉬르의 말을 인용해 보면, '언어기호는 사물과 이름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청각영상을 결합한다. 청각영상은 순수하게 물리적인 것으로서의 물질적 소리가 아니고, 그 소리의 정신적 각인이다.'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언어기호는 청각영상과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언어기호의 이 두 가지 측면은 종이의 앞 뒤 양면과 같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모든 언어기호는 일정한 형식에 일정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언어는 하나의 기호로서 그 형식은 음성 내지 문자이고, 내용은 의미(뜻)입니다. 즉 언어는 일정한 의미(뜻)를 일정한 형식, 그러니까 음성이나 문자로 기호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어를 음성기호의 체계라고 합니다. 언어기호의 두 번째 특징으로는 자의성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언어의 표현면의 한 축인 시니피앙과 언어의 내용면의 또 다른 한 축인 시니피에 사이에는 아무런 필연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빅셀의 이야기의 또 다른 한 구절을 보면 더욱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언제나 똑같은 책상'하고 그 노인은 말했다. '똑같은 의자, 침대, 사진. 나는 언제나 책상을 책상이라 말하고, 그림을 그림이라 말하고, 침대는 침대라 부르고, 의자는 의자라고 부른다.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만 한단 말인가? 프랑스인들은 침대를 〈리〉, 책상을 〈따블〉이라 말하고, 그림은 〈따블로〉, 의자는 〈쉐즈〉라 부르며, 서로들 이해한다. 중국인들 역시 그들끼리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한다.' 한국어에서 '사람'이라는 언어기호는 '사람'을 의미하는 시니피에와 [sa:ram]이라고 사람이라고 소리 나는 시니피앙이 결합된 것입니다. '사람'을 의미하는 시니피에는 다양한 시니피앙으로 실현됩니다. 가령, 중국어에서는 [ren], 일본어에서는 [hito], 영어에서는 [maen], 프랑스어에서는 [ m] 등의 소리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람'을 의미하는 시니피에는 서로 다른 시니피앙과도 잘 결합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니피에와 시니피앙 사이에는 아무런 필연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의 이러한 관계를 언어기호의 자의성이라 합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말미암아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지역에 따라 다른 방언적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언어기호는 어떤 것이든지 형식(음성)과 거기에 대응하는 의미(개념)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결 관계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임의로 관계 맺어진 것입니다. 언어기호가 자의적이라는 점은 인간의 언어를 다른 기호체계와 구별 짓는 큰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언어기호의 자의성으로 인해 인간의 언어기호는 수적으로 다양해지고 표현의 유동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어기호는 일단 형식과 의미가 결합되면 개인의 힘으로는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을 지니게 되고, 언어 공동체의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언어기호의 세 번째 특징은 관습성입니다. 언어는 기호의 체계로서 표현과 전달의 도구입니다. 또 언어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으로서 다른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과는 구별됩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언어기호는 고유의 의미 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기호가 어떤 의미를 표현하는데 쓰이는가, 그리고 그 기호의 사용이 어떤 규칙이나 제약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하는 것은 해당 사회의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개별 언어기호의 창작 과정과 발달 과정은 자연스럽게 일어나 해당 사회의 관습으로 전승됩니다. 언어의 관습성은 달리 표현하면 언어의 사회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므로 개인이 임의로 기존의 음성이나 의미의 결합 관계를 바꿀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한 개인이 사회적 동의 없이 언어를 마음대로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언어의 관습성을 다른 말로 '불역성(不易性)'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만일 우리가 이해받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단어를 임의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말을 할 때, 의미가 특정한 음의 형식, 즉 표현에 관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통의 어휘를 사용합니다. 단어는 매우 특정한, 정해진 의미를 갖습니다. 맥락과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순 있지만, 다시 말해 단어의 의미가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본 의미의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와 같이 관습적으로 규정된 단어의 사용을 무시한 채, 의사소통 상대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임의적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오해나 심지어 몰이해를 초래합니다. 빅셀의〈책상은 책상이다〉는 언어의 임의적 사용이 어떠한 혼란스러운 관계를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빅셀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노인이 표현면과 내용면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노인이 사용한 표현면과 내용면의 관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일탈적인 언어사용은 사회적 관습으로부터의 일탈에 해당됩니다. 언어기호의 의미는 말을 배울 때 함께 습득됨과 동시에 사회적, 역사적 관습도 함께 물려받습니다. 노인은 이러한 관습을 깨트리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우리는 여기서 굳건한 관습이라는 사슬의 힘을 새삼 목도하게 됩니다. 언어기호는 자의성이라는 한 축과 관습성이라는 또 다른 한 축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가 사회 제도로서 유지되는 것은 언어기호의 관습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기호는, 한 언어에 속하는 모든 언어기호는 상호 특수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언어기호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다른 기호들과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그 가치를 발휘합니다. 이러한 관계를 떠나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언어기호는 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기호의 마지막 특징으로는 선조성을 들 수 있습니다. 언어기호는 청각적인 시간의 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언어기호의 구성요소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나의 연쇄를 이룹니다. 예컨대, 〈나는 산과 바다를 좋아한다.〉라는 문장을 발화하거나 글로 적어보면, 〈나는〉, 〈산과 바다를〉, 〈좋아한다〉로 분절됩니다. 여기서 보듯이 언어기호는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인 선상에서 시간의 연속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영화 포스터나 광고는 동일한 공간 속에서 동시적으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기호는 평면이란 차원에서 여러 가지 기호의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언어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를 비교해 보면, 언어기호와 비언어 기호의 차이는 명확해집니다. 시각기호는 동시성이 가능하지만, 그에 반해 언어기호는 시간 속에서, 시간의 제약 속에서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선(線)적 형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 2016년에 나온 〈컨택트〉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국내에서는 2017년 2월에 개봉되었습니다. 할리우드 SF 영화인 컨택트의 원제목은 〈Arrival〉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언어학자와 외계인이 나누는 문자 소통의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언어학자가 'HUMAN(인간)'이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칠판에 단어를 하나씩 적어 보여주면서 인간의 언어를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외계인들도 먹물 같은 액체를 뿌려 자신들의 문자로 소통을 시도합니다. 놀랍게도 수묵화와 비슷한 둥근 모양의 외계인의 문자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시간'의 개념이 뭉텅 그려 들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외계인들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리지 않고, 그들의 언어에는 시제도 없습니다. 외계인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처럼 선(線)적인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이 없고 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시각적인 기호입니다. 인간의 언어는 말에서 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이어져 나옵니다. 그 때문에 다른 음성을 동시에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글자의 배열을 눈으로 좇지 않고 읽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빅셀의 이야기에서 노인이 불평을 토로한 말 가운데, 〈언·제·나·똑·같·은·책·상〉이라는 말에는 여덟 개의 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동시에 발음하거나 순서를 바꾸어 말할 경우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선조성은 기호 전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기호의 한 면인 시니피앙의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니피앙은 그 청각적 본질 때문에 시간 속에서 전개됩니다. 따라서 선(線)의 특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언어기호가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언어기호는 이 외에도 역사성, 창조성, 법칙성 등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에 의해 성립된 관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변화하며 소멸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언어의 역사성이라 할 수 있지요. 이 역사성은 언어의 사회성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입니다. 또 언어는 한정된 음운이나 어휘를 가지고 자체적인 조합에 의해 무한한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언어의 창조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법은 언어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법칙입니다. 이와 같이 언어에는 일정한 문법규칙이 있습니다. 이것은 언어의 법칙성입니다.
정리
기호란 어떠한 메시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말이나 문자 외에도 다양한 표현 양식이 있습니다. 기호는 지시 대상과의 관계에 따라 도상, 지표, 상징으로 구분됩니다. 도상기호는 대상과 유사성이 있는 기호입니다. 도상은 아이콘, 이모티콘 등에서 보듯이 가장 빨리 쉽게 이해됩니다. 다른 사회집단에 속한 구성원일지라도 도상은 기호의 변이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해석됩니다. 우리가 해당 외국어를 모르더라도 외국에 나가 식당이나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도상기호 때문입니다. 가령,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러시아 여행을 갔는데, 화장실 입구에 아무런 표시나 그림이나 색깔도 없이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단지 러시아어로만 적혀 있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르거나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기호라는 사회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 소통을 하고,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지요. 지표기호는 인접성과 인과성에 의해 성립됩니다. 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교통신호등, 먹구름, 하품, 미열 등과 같이 여기에는 수많은 예들이 있습니다. 상징기호는 문화적 관습과 규약 또는 약속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호이며, 기호와 지시대상의 관계가 자의적입니다. 동양의 용은 신성한 존재로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며 신령스러운 것으로 상징됩니다. 그에 반해 서양의 용은 악을 대표하는 의미로 나타납니다. 이와 같이 동서양의 용에 대한 의미 차이는 해당 사회집단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상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의미의 기호입니다. 기호가 가리키는 지시대상을 언어, 즉 명칭(이름)이라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가리키는 명칭도 무수히 많습니다. 언어기호는 정신적 실체로서, 개념인 시니피에와 청각영상인 시니피앙이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이 둘은 상호 전제로 성립합니다. 언어의 형식을 나타내는 음성과 내용을 나타내는 의미의 관계는 필연적이지 않고 자의적으로, 임의적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한 사물(내용)을 가리키는 언어기호(형식)는 언어 사회마다 각각 다릅니다. 이러한 언어의 성질을 언어의 자의성이라고 합니다. 또 언어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맺어진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어떤 개인이 마음대로 말을 만들어내거나 이미 존재하는 말을 임의로 바꾸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더 이상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언어의 이러한 속성을 언어의 관습성 내지 사회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언어기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되므로 분절하기 쉽습니다. 이것을 언어기호의 선조성이라 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의미가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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