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과 간접화행의 관계
공손은 화행의 간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공손현상에서 직접적인 표현 대신 에둘러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간접화행(indirect speech act)'은 언어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본질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대화참여자들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사소통에 성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빙 돌려 말하거나 불분명하고 비효율적으로 표현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공손성은 바로 이러한 대인간의 상호작용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손은 언어사용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 중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여부와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과의 원만한 관계유지에 대한 고려 없이는 성공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태도나 행위를 요구하는 언어행위에 있어 공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손은 대개 상대방에게 행위수행과 관련하여 가능한 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시도로 나타나며, 특히 간접화행과 같은 언어적 책략을 통해 표현됩니다. 따라서 간접화행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언어학, 사회학, 철학,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공손의 중요한 형식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브라운과 레빈슨은 공손의 본질적인 기능을 사회적 갈등의 해소로 규정하고, 갈등해소의 수단으로 간접화행을 주장합니다. 리치 역시 공손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상호 간의 마찰을 줄이는 데 있다고 보고, 이는 화행의 간접성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공손은 간접화행이라는 언어적 수단만을 통해 수행되지는 않습니다. 언어적 수단 못지않게 비언어적 수단에 속하는 태도나 얼굴 표정 등도 공손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간접화행을 통한 공손성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간접화행의 개념
간접화행은 어떤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간접적인 표현에는 항상 두 가지의 의미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그것의 직접적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간접적인 의미입니다. 여기서 간접적인 의미는 언어표현의 직접적인 의미에 근거하여 추론을 통해서 파악됩니다. 이것을 언어행위와 관련지어 말하면, 하나의 간접화행은 두 가지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화자는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것의 문자적 의미에 상응하는 직접화행과, 동시에 추론을 통해서 파악되는 간접화행을 수행하게 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뭔가를 지시할 때 명령문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명령문을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문을 닫아주기를 바랄 때, 〈문 좀 닫아라!〉, 〈문 닫아 주세요!〉라는 명령문보다는 맥락에 따라 〈문 좀 닫아 줄래?〉, 〈문 좀 닫아 주시겠습니까?〉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문 좀 닫아 줄래?〉, 〈문 좀 닫아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경우, 표현의 내용은 명령(요구, 요청)이지만, 형식은 의문문에 의한 간접화행을 취하고 있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합니다. 이처럼 문법적 의미와 발화 의미가 상이한 문장을 간접화행이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을 닫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방이 좀 추운데!〉와 같은 간접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간접화행이나 간접표현을 사용하면 대개 공손한 표현이 됩니다. 왜냐하면 〈문 좀 닫아 줄래?〉, 〈문 좀 닫아 주시겠습니까?〉와 같은 간접화행의 기저에는 강요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언어행위는 화자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발화형태와 기능이 일치합니다. 이 경우, 질문은 의문문으로, 명령은 명령문으로 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에 반해, 간접적인 언어행위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상황이나 맥락의 도움을 받아 추론의 과정을 거쳐서 화자의 의도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간접화행의 경우, 형태상으로는 평서문이나 의문문의 양식을 띠고 있으면서, 기능상으로는 명령이나 요청, 부탁을 나타냅니다. 이 경우에는 발화형태와 기능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브라운과 레빈슨이 주장한 '적극적 공손(positive politeness)'은 상대방에 대한 대우, 선택의 여지, 체면유지 등을 고려한 것인 반면, '소극적 공손(negative politeness)'은 상대방에 대한 부담감, 구속감, 체면손상 등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적극적 공손은 직접화행을 통해서 나타내고, 소극적 공손은 간접화행을 통해서 실현됩니다. 물론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남에 대해 지나치게 칭찬할 경우에는 부정적 효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발화가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표현될수록 덜 공손하다거나, 발화가 모호하고 간접성을 지닐수록 더 공손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화법을 사용하는 주된 동기는 공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간접화행의 유형
간접화행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간접화행은 주로 의문문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고, 평서문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장형식 가운데 특히 의문문은 간접화행의 발화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간접화행은 의문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문문 형식의 간접화행이 어떠한 원리를 통해서 공손한 표현이 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의문문은 명령화행, 청유화행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명령화행이 의문문으로 실현되는 경우를 보면, 예컨대 가. 문 닫아줄래? 나. 좀 춥지 않니? 다. 볼펜 있어? 라. 라디오 볼륨을 좀 줄이는 것이 좋지 않겠니? 이 경우 실제 의미는 모두 명령이나 요청, 부탁이지만, 의문문 형식을 취함으로써 공손한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 닫아줄래?〉는 간접화행의 공손성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전형적인 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을 닫아달라는 요청을 '...해 줄래?'와 같이 의문문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선택을 여지를 더 많이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예문 〈좀 춥지 않니?〉 역시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의문문 형식을 취하고 있고, 또 청자가 수행할 행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부담감을 최대한 줄이고, 선택의 폭을 더 넓혀준다고 하겠습니다. 세 번째 예문 〈볼펜 있어?〉의 경우, 볼펜을 빌려달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볼펜이 있는지를 물음으로써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줍니다. 네 번째 예문 〈라디오 볼륨을 좀 줄이는 것이 좋지 않겠니?〉에서는 부정의문문 형식을 취해 상대방을 배려함과 동시에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줍니다. 이번에는, 청유화행이 의문문으로 실현되는 경우를 보면, 예컨대 가. 날씨가 화창한데, 같이 나들이 갈까요? 나.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같이 식사하러 가시겠습니까? 다.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집에 가야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예문들은 모두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청유형 의문문으로서 청자에게 어떤 행동을 같이 하자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이 예들이 더욱 공손한 표현이 되는 이유는 청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같이 나들이 갑시다, 같이 식사하러 갑시다, 집에 갑시다〉 등에서처럼 '...을 하자'라고 청유문으로 직접 발화하는 것보다 의문문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느낌을 완화시킵니다. 또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고 있어 공손의 효과는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평서문으로 수행되는 간접화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평서문은 〈질문화행〉, 〈명령화행〉, 〈청유화행〉 등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평서문이 각 화행을 수행할 때, 공손표현이 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먼저, 명령화행이 평서문으로 실현되는 경우를 보면, 예컨대 가. 심부름을 좀 해주면 좋겠다. 나.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다. 다. 목이 말라죽겠다. 이러한 예문들은 모두 평서문으로서 명령화행을 수행한 것입니다. 화자는 '… 하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의 소망을 피력합니다. 〈심부름 좀 해!〉라는 직접적인 명령화행보다는 〈심부름을 좀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할 경우,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덜 주고, 거절할 수 있는 여지도 줍니다.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다〉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금지보다는 화자의 바람과 청자가 해야 할 당위성만을 피력함으로써 강요와 구속감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이 말라 죽겠다〉의 경우에는 화자의 진정한 의도, 즉 '물이나 음료같이 마실 것을 가져다 달라'는 명령이나 요청과 부탁을 청자가 추론하게 함으로써 선택의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화가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은 화자가 자신의 바람만을 표현함으로써 강요의 느낌을 최소화하고, 부담감을 최대한 완화시켜 상대방의 체면을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질문화행이 평서문으로 실현되는 경우를 보면, 예컨대 가. 펜을 안 가져왔어. 나.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어. 이 경우, 〈펜을 안 가져왔어〉라는 말은 '펜을 좀 빌려줄 수 있니?'라는 의미가 담긴 질문화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어〉라는 말은 '전화번호를 좀 가르쳐줄 수 있니?'라는 뜻이 내포된 질문화행입니다. 〈펜을 좀 빌려줄 수 있니?〉와 같은 직접적인 질문도 공손한 표현이지만, 만약 청자가 펜을 빌려주고 싶지 않으면 거절을 해야 되는데, 그럴 경우 어느 정도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보다 〈펜을 안 가져왔어〉라는 경우에는, 펜을 빌려달라는 내용이 문장 속에 나타나 있지 않고, 화자가 단지 자신의 상황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하지 않고, 청자에게 부담감을 최대한 완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공손한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평서문으로 수행된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어〉라는 발화 역시 질문화행보다 더 공손합니다. 왜냐하면 의문문으로 발화하면 청자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청자에게 어느 정도 부담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평서문으로 발화된 문장은 겉으로는 답변을 요구하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청자가 대답하지 않아도 큰 체면손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평서문으로 수행된 이들 발화는 직접적인 질문화행으로 수행한 것보다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줄여주고, 선택의 여지가 커서 더 공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유화행이 평서문으로 실현되는 경우를 보면, 예컨대 가. 시간이 늦었는데, 지금 방문하면 실례가 될 수 있겠다. 나. 난 콘서트보다 영화 보러 가고 싶은데. 이들 예문에서 첫 번째, 〈시간이 늦었는데, 지금 방문하면 실례가 될 수 있겠다〉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내일이나 다음에 방문하자'는 청유화행을 수행한 것입니다. 직접적인 청유화행보다 평서문 형태를 취함으로써 상대에게 부담을 줄여주고 선택의 여지를 주게 되어 더 공손한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난 콘서트보다 영화 보러 가고 싶은데〉라는 말 역시 '콘서트에 가지 말고 영화 보러 가자'라는 제의를 간접적으로 수행한 것입니다. 여기서도 청자에게 강요와 부담감을 덜어주어 직접화행보다 공손한 표현이 됩니다. 상대방의 부담감을 최소화하라는 공손성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간접화행에는 여러 가지 장치, 이를테면 전제와 함의와 함축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전제'는 어떤 발화가 표현되었을 때 당연히 참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함의'는 어떤 발화가 표현되었을 때, 그 발화의 내용이 참이면 그와 관련지어 결과가 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축'은 전제나 함의와는 달리 당연히 참이 되지는 않지만, 어떤 발화가 표현되었을 때 그러리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간접적인 대화행위를 일컫는 간접화행에서는 말과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공손성에 바탕을 둔 간접화행의 장점으로는 다음과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간접화행은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 간접화행은 자기방어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과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자기 방어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간접화행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이 알아주면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상대방과 연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간접화행을 사용하는 동기는 공손성을 바탕으로 직접적으로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경우라든가, 직접적인 것만으로는 불충분한 경우라든가, 아니면 직접적인 것으로는 상처가 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접화행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간접화행의 단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는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이 공손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경제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언어경제성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셋째, 화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청자의 해석 여하에 따라 화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리
우리는 날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과정입니다. 대화는 적절하게 순서를 교대해 가면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뜻합니다. 대화는 소통의 장입니다. 언어를 중심으로 서로 정보와 의미를 함께 나누는 과정을 의사소통이라 합니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원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말을 하는 방법, 즉 스피치를 일컫는 '화법(話法)'은 문자언어에 의한 의사소통과는 달리, 음성언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입니다. 의사소통의 목적은 대략 정보전달과 상대방에 대한 설득,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대화상대방에게 예의 바르게 말을 하고, 또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는 공감적 듣기는 정보전달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대화참여자들 간에 원활한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손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공손성의 원리는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주고받는 말의 태도를 기반으로, 대화참여자들 간의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즉,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손성의 원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대방에게 공손하지 않은 표현은 최소화하고, 공손한 표현은 극대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인 표현과 간접적인 표현을 함께 사용합니다. 직접화행은 직설적이며 명시적이지만, 대체로 공손한 표현은 아닙니다. 그에 반해, 간접화행은 우회적이고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수고를 더 필요로 하지만 대체로 공손한 표현입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말 대신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간접화법 역시 우선적으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공손은 어찌 보면 비논리적인 언어사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손이 어느 사회에서나 도덕적 덕목에 속한다는 것은 불문율입니다. 성공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견해를 철저하게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욕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공손은 사람의 얼굴인 체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흔히 상대방의 체면을 깎아내리면 자신의 입지가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대화를 하는 가운데 체면이 손상당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체면을 살려주는 것은, 사실 자신의 품격을 올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공손은 대화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긍정의 태도를 표출하는 언어행위이며, 구체적으로는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고 자신의 체면을 보호하는 언어행위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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